신록의 숲은 솔바람 소리로 일렁이며, 청아한 바람과 녹음의 경관에 마음은 절로 힐링!
광릉 숲은 왕릉에 부속된 숲으로 수 백년 간 능으로부터 사방 이십여리를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고, 일제 강점기나 해방 후에도 임업 시험림 역할로 개발과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광릉숲은 잘 보전된 생물의 다양성으로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식물 865종, 곤충 3,925종, 조류 175종 등 모두 5,710종의 생물이 산다. 광릉숲길은 광릉숲과 연관된 유서 깊은 사찰 봉선사와 조선왕조의 능인 광릉 그리고 국립수목원을 잇는 약 4㎞의 숲길이다. 예전에나 지금이나 이 숲을 차도가 관통하며 포천과 남양주를 이어주고 있다. 광릉숲길은 차도 주변의 훼손되지 않은 숲과 개천을 따라서 2019년에 조성된 숲길이다.
광릉숲길이 정비되기 전에는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으로 걷기 어려운 길이었다. 2023년에는 봉선사 뒤편의 야산의 천연림을 개방하여 800m 정도의 오솔길을 새로 조성하여 광릉숲길과 연결하여 2024년 봄에 개방하였다.
유서 깊은 사찰 봉선사(奉先寺)
숲길의 시작은 봉선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숲길 시작 전에 먼저 봉선사를 둘러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본다. 봉선사의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넓은 연못을 만난다. 늦봄에는 수련이 피고 여름에는 넓은 연못에 연꽃이 가득 핀다.
예전 150칸의 넓은 사찰이 대부분 소실되고 지금에 이르러 다시 중창불사됀 봉선사의 유서깊은 사찰로 이어지는 산책길에 잠시 까페테라스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정취가 좋다. 봉선사는 광릉의 원찰로 광릉에서 직선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숲길 산책로를 따라 2km 떨어진 농안 마을에 있다.
고려 광종 20년(969) 법인국사가 창건했고 세조의 비인 정희왕후의 명으로 중창되었다. 이름도 '선왕의 능침을 수호하는 원찰'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한다. 현재 보물 제397호로 지정되어 있는 ‘봉선사대종’과 대종이 만들어진 같은 해에 예종이 직접 썼다는 현판이 남아있다. 봉선사의 아기자기한 탑과 새로 지어진 사찰의 정원들을 걸어보고 본격적인 광릉숲길에 들어선다.
봉선사 입구, 차도 옆의 데크에서 광릉숲길은 시작된다. 데크를 따라 300m 정도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왼쪽 산 방향이 이번에 조성 개방된 오솔길 입구다. 550여 년의 천연림 속을 지나는 오솔길은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고, 자연 흙길을 밟을 수 있도록 해 천연림의 신비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잘 보전된 숲과 역사에 깃든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예전에는 봉선사의 스님들만이 오갈 수 있었던 비밀의 숲길이었을 것이다. 오솔길은 능내교에서 숲길데크와 만나 다시 광릉 방향으로 이어진다. 광릉숲길은 아름드리 전나무와 갈참나무, 층층나무, 복자기나무 등 데크를 따라 국립수목원까지 숲길로만 걷는 힐링로드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새들은 숲속을 난다. 붉게 익은 산딸기가 곳곳에 보이고 지금까지 간직되었던 비밀스런 숲의 정취와 중간중간 숲 사이로 흐르는 물길에서 물고기를 노리고 있는 중대백로도 만난다. 숲길에는 '복자기' 나무가 많이 보인다. 복자기는 우리나라의 가을을 대표하는 일반 단풍나무와 달리 깊은 산골짜기에서 가을을 더 붉게 만드는 단풍나무다. 가을이면 이곳은 화사한 붉은 복자기 단풍과 갈참나무의 고운 빛깔이 전나무의 푸른색과 어울려 색다른 가을을 맞이할 것 같아 벌써 눈에 선하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광릉숲과 광릉(光陵)
걷다 보면 데크로드 우측으로 광릉이 있다. 광릉은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세종 27년(1445) 수양대군에 봉해진 세조와 세조의 비 정희왕후(貞熹王后) 윤씨(尹氏)의 능이다. 광릉에는 능침 주변으로 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조선왕릉 숲길 중에서 5월부터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복자기 숲길’과 천연산림으로 걸어갈 수 있는 숲길이 있어 광릉숲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난다. 광릉에 들어가 자유롭게 걷는 것도 좋지만 문화해설을 들으며 탐방하면 숲과 왕릉을 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광릉에서 다시 700m정도 데크길로 걸어가면 국립수목원이다. 광릉수목원에서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바뀌었다. 조선 세조의 능(陵)인 광릉의 부속림으로 500년 넘게 훼손되지 않고 잘 관리된 천혜의 부지에 전국 임업시험장에서 가져온 나무들을 심어 가꾸었다. 국립수목원은 역대 대통령의 기념 식수들이 자리 잡고 있어 다른 수목원과의 차별점을 보여준다. 온대북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활엽수인 서어나무와 졸참나무 등이 사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대대로 심은 전나무 숲길도 개방되어 수목원 둘레길로 연결된다. 숲길에는 참나무,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노각나무, 층층나무, 서어나무, 이팝나무 등이 수목원의 숲길에 푸름을 더하고 25개 전문 전시원에 4854종(19만9212본)의 식물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광릉요강꽃 등 희귀식물 23종, 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20종이 산다. 댕강나무, 쪽동백나무, 백당나무 등 철에 따라 온갖 나무들의 꽃과 푸른 숲을 만난다. 정향풀, 동강할미꽃, 꽃창포, 미나리아재비, 선씀바귀, 풀솜대 등 수많은 야생화들도 숲 가에서 자연스럽게 자라 눈이 시원해지며 마음이 맑아짐을 느낀다.
epilogue
숲에도 공간이 있다. 숲은 울창해도 저마다의 공간이 있다. 물의 공간, 나무의 공간, 바위의 공간, 바람의 공간. 물의 공간이 있다. 나무도 공간이 있어야 햇빛을 받으며 싹이 트고 자라고 새들도 날갯짓할 공간이 있어야 둥지를 튼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도 바람의 공간이 있어 숲 틈 사이로 햇빛을 들여 나무를 살찌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 또한 밀폐되지 않게 창문을 두어 밖의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우리는 일상을 탈피하는 취미활동이나 여행에서 쉼을 통해 마음의 공간을 만든다.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 다른 것이 채워진다. 숲길은 현대인의 여가 활용에서 자연과의 만남을 통한 심신의 건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며 자연에서 오감을 통한 성찰의 장소로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숲에서의 쉼은 우리를 다시 숨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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