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아래 노란 단풍 물결치니 '축복의 가을숲'
강릉·성산면 어흘리. 만남과 어울림을 뜻하는 지명답게 치마골 합수점의 물은 백두대간 선자령에서 시작되어 이곳을 거쳐 강릉 남대천으로 흐르고, 안목해변을 지나 동해로 들어간다. 삼포암주차장에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오후의 햇살이 골짜기 등산로의 단풍을 말갛게 물들인다. 물소리가 들리고 숲길 아래 세 개의 부도가 보여 내려가 보니 아무런 표시석이 없다. 둘러보아도 암자가 있을 만한 터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오르니 물소리가 크게 들리고 ‘가마소 입구’라는 표지판 아래 화강암 지반으로 폭포가 보인다. ‘삼포암’의 첫 번째 폭포다.
근처에 절이나 암자의 이름이 ‘삼포암’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치마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솔숲교 아래 200여m의 화강암 지반을 흐르며 큰 물줄기가 ‘세 개의 폭포를 이루며 떨어진다“하여 ’삼포암‘이라 부른다는 설명이다. 하단의 폭포 아래는 깊은 소가 있어 ’가마소‘다. 초입부터 기분이 상승이 되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솔숲교 아래로 물줄기가 낙폭을 이루며 골짜기로 치달아 흐르고 폭포의 우렁찬 소리와 가을 오후 단풍 물든 햇살 아래로 하얀 포말을 뿌린다. 계곡 옆으로는 노랗게 물든 단풍이 햇살을 받아 고우니 말이다.
금강소나무숲 노란 생강나무 단풍으로 일렁
대관령자연휴양림으로 오르는 차도를 건너 솔고개 방향으로 오른다. 쭉 뻗은 소나무가 장관이다. 내륙에서 보는 소나무와는 다르게 미끈하게 뻗은 자태와 거칠지 않은 껍질의 일정한 틀, 성장 과정에서 떨어진 껍질은 점차 상단부로 올라가며 붉어지는 모양새가 금강송이다. 금강송은 백두대간인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을 따라 강릉, 삼척, 울진, 봉화 일대에 주로 많이 분포돼 있다. 나무의 심재가 적황색을 띠고 단단하니 쓰임새가 대궐이어서 황장목(黃腸木)이라 부르기도 한다. 나무가 자라며 가지를 저절로 떨어뜨려 깔끔하게 옹이를 남기지 않고, 침엽수의 특징인 중앙 가지가 측면의 가지보다 더 강하게 자라는 정아우세(apical dominance)가 금강소나무에서는 그 형질이 더욱 특출나다. 촘촘히 각이 진 퍼즐 같은 나무껍질의 줄기를 따라 올려다보면 마치 2000년 정도 산다는 ’바오밥나무‘의 형상처럼 상단 부분이 푸른 가을하늘에 촘촘한 가지 그물을 만든다. 이런 나무를 울진의 금강송 숲에서는 ’미인송‘이라 부른다. 그러나 키 큰 활엽수에 의해 침범당한 울진의 금강소나무숲보다 이곳의 나무들은 왕성한 기운으로 더 젋고 건강해 보인다.
소나무 숲 주변에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소태나무, 단풍나무, 쪽동백나무들이 있지만 소나무 아래는 온통 노란 물결뿐이다. 키 낮은 관목의 생강나무 단풍은 지금 이른 봄날의 노랑꽃보다 더 화려하게 소나무 숲을 밝히고 있다.
봄이면 지역주민들은 생강나무꽃을 따서 차로 만든다지. 향긋하고 알싸한 꽃 냄새가 단풍의 그늘 아래로 따뜻한 차 한 모금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은 노란 꽃이다. 강원도 산골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 불렀다. 산골에서 구하기 어려운 남쪽의 동백기름 대신 가을이면 ’쪽동백나무‘ ’생강나무” 씨앗으로 기름을 내어 동백기름처럼 사용하였으니 ’동백‘이란 이름으로 부른 것이다. 지금은 단풍의 노란빛이 절정이고, 봄이 되면 생강나무 노란 꽃망울과 솔향이 골짜기에 아련한 후각의 풍경으로 그려져 이른 봄을 다시 기약해 본다.
붉은 단풍에 비해 노란빛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눈높이에는 생강나무 노란 단풍의 물결이 일렁이고 족히 두 아름이나 되는 붉은 빛 금강소나무들의 자태가 미끈하게 하늘로 쭉쭉 뻗어, 솔잎의 푸른빛들은 주변을 싱그런 숲의 기운으로 넘치게 한다. 이런 가을 숲은 축복이고, 행복한 마음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하는 말인가보다. 숯 가마터와 물레방앗간을 지나 가파른 길로 접어들며 잠시 땀을 흘리다 보니 ’도둑재‘에 이른다. 도둑재는 예전 대관령을 넘던 길에서 도적들이 물건을 빼앗아 도주하여 은신처의 역할을 했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대관령옛길로 이어지는 길이 나 있다.
대관령은 관동대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동해지역으로 연결되는 관문이며 극복해야 할 험한 곳이었을 터이다. 관동대로는 조선시대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각 지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9개 가운데 제3로이다. 동대문을 출발하여 중랑포를 지나 원주·횡계·대관령을 넘어 말을 타고 1주일 정도 걸리는 길로, 강릉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백두대간의 험한 고갯길이다. 이곳을 삼국시대에는 대령, 고려시대는 대현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 때 대관령으로 표기되었다. 대관령 근처 사람들은 대관령이 높고 험해서 꼭대기에서 강릉으로 대굴대굴 굴러 넘는다고 하여 ’대굴령‘이라 하였다고도 한다. 대관령은 강릉의 진산으로 정상에는 ’대관령국사성황사‘가 있다. 그곳에서 백두대간은 선자령-오대산으로 이어진다.
금강소나무숲 100년만에 개방
전망대에서 내려보면 강릉 시내와 바다의 풍경이 골짜기 솔숲의 풍경 뒤로 보인다. 다시 능선의 풍욕장을 지나면 대관령옛길(1km)로 이어지는 길의 표시판이 보인다. 능선에는 억새와 단풍들이 편안한 시선으로 맞는다. 발걸음도 이곳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주변의 자연에 동화되어 발은 저절로 멎는다. ‘노루목이’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새 해는 산자락에 걸려 서서히 어둠이 몰려온다. 그러나 노란 단풍숲에서 발걸음은 더디고 해 질 무렵 가을의 숲은 벌써 그리움으로 남아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 대관령금강소나무숲길은 삼포암폭포-솔숲교-솔고개-노루목이-풍욕대-대통령쉼터-숯가마터 등을 잇는 6.3㎞ 구간으로 3시간 정도 걸린다. 2017년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 충북 단양 죽령옛길 등과 함께 산림청에서 지정한 경영·경관형 10대 명품숲에 선정됐다.
♣ 대관령 주위는 대관령금강소나무숲길, 대관령 휴양림·치유의 숲, 국민의숲트레킹길, 대관령옛길 등 국가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강릉·성산은 먹거리촌이 잘 형성되어 있어 강릉 숲길여행의 단초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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